대장암 치료 이후가 더 힘들다? 후유증의 실체
대장암은 조기 발견 시 생존율이 높은 암 중 하나이지만, 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많은 환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치료 이후의 후유증과 그로 인한 삶의 질 저하다. 수술이나 항암치료가 끝난 후에도 환자들은 신체적·정신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안고 살아간다. 이 글에서는 대장암 치료 후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후유증과 환자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삶의 질 변화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첫번째, 배변 습관의 변화와 일상생활의 어려움
대장암 수술 후 가장 흔하게 보고되는 후유증 중 하나는 배변 기능의 변화다. 특히 직장암 환자의 경우, 직장을 일부 또는 전부 절제하게 되면서 배변 빈도, 급박뇨, 변실금 등이 동반된다. 일상생활 중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하거나, 외출이 두려워지는 일이 생기면서 사회생활에 큰 제약을 받기도 한다.
또한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이후 장 점막이 민감해져 설사나 복부팽만이 반복되는 경우도 흔하다. 어떤 환자는 매끼 식사 후 설사가 발생해 외식은 물론 가족 식사조차 불편해졌다고 말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신체적 불편을 넘어, 심리적인 위축감과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두번째, 영양 흡수 문제와 체중 변화
대장암 수술은 장기의 일부를 절제하는 과정이기에, 수술 후 장의 길이가 짧아지면서 영양 흡수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특히 회장이나 공장을 절제한 경우에는 지방, 비타민 B12, 수분 흡수에 장애가 생겨 쉽게 피로해지고 체중이 줄어드는 일이 흔하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다이어트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근육량이 줄고, 기력이 떨어지며, 쉽게 감염에 노출되는 등 전반적인 건강상태가 악화된다. 무엇보다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상실하면서 삶의 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세번째, 항암치료 후유증과 신경계 부작용
항암치료는 암세포를 죽이는 데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환자의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다양한 부작용이 뒤따른다. 특히 ‘말초신경병증’이라 불리는 신경계 후유증은 손발 저림, 감각 둔화, 통증 등을 유발해 일상적인 생활에도 불편함을 준다.
일부 환자는 펜을 쥐기 힘들거나 젓가락 사용이 어려워지는 등 소근육 사용에 제한이 생기고, 걷거나 균형을 잡는 데도 문제가 생긴다. 이런 증상은 치료가 끝난 이후에도 수개월, 혹은 수년간 지속될 수 있으며, 때로는 영구적으로 남는 경우도 있다.
네번째, 성 기능 저하와 심리적 위축
많은 환자들이 민감해서 말하지 못하지만, 대장암 치료 후 겪는 성 기능 변화는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다. 남성의 경우 발기부전이나 사정 장애가, 여성의 경우 질 건조증이나 성욕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방사선치료와 신경 손상, 항암제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러한 변화는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부부간 거리감이나 심리적 고립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아, 많은 환자들이 외로움 속에 이 문제를 혼자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섯번째, 우울감과 사회적 고립
신체적인 후유증뿐 아니라 정서적 후유증도 대장암 환자들에게는 매우 큰 문제다. 치료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 예기치 않은 신체 변화, 사회로부터의 단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우울감이나 불안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퇴원 후 집에 돌아온 시점부터 환자들은 ‘이제는 혼자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 경우가 많다. 치료 중에는 의료진과 보호자들이 함께 있었지만, 치료가 끝난 후에는 더 이상 특별한 관리나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외로움이 시작된다.
이러한 정서적 문제는 신체적 회복에도 악영향을 끼치며, 자칫하면 재활치료나 정기검진도 소홀히 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여섯번째, 직장 복귀와 경제적 부담
대장암 생존자들 중 상당수가 치료가 끝난 뒤에도 직장으로 복귀하지 못하거나, 복귀하더라도 이전과 같은 업무 수행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배변 문제, 체력 저하, 집중력 감소 등이 업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치료비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건강보험이 적용된다고는 해도, 검사비·입원비·보조식품·한방치료·대체요법 등 부가적인 지출이 적지 않다. 특히 장루(인공항문)를 사용하는 환자들은 관련 제품 구입에 매달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이런 현실은 환자들에게 경제적인 스트레스를 주며, 심리적인 부담까지 가중시킨다. 결국 단순한 병의 완치 여부를 넘어, ‘삶을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일곱번째, 환자들의 생생한 목소리
인터넷 카페, 환자 커뮤니티, 유튜브 등을 보면 수많은 대장암 생존자들의 생생한 후기가 올라와 있다. 그들은 후유증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어떤 식으로 일상을 되찾고 있는지, 또는 어떤 점에서 여전히 힘든지를 솔직하게 공유한다.
“완치 판정은 받았지만, 화장실 문제 때문에 지하철을 타는 게 무섭다.”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프다. 이제는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가장 힘들다.”
“암을 이긴 게 기쁜 게 아니라, 그 이후를 살아가는 게 더 어렵다는 걸 느낀다.”
이러한 환자들의 이야기 속에는 단순한 정보 이상의 위로와 공감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는 아직 치료를 앞둔 환자들에게 중요한 ‘현실적인 정보’가 되기도 한다.
여덟번째, 삶의 질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
후유증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이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들도 있다. 물리치료, 심리 상담, 식이조절, 운동 치료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전문적인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필요시 정신과 치료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가족과 친구들의 지지, 그리고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은 큰 힘이 된다. 중요한 것은 ‘이후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꾸려나가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마무리하며
대장암은 생존율이 높아진 만큼, 이제는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해진 시대다. 수술과 항암치료 이후에도 환자들은 여러 후유증과 싸워야 하며, 이는 단순한 의학적 문제를 넘어서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환자 개인뿐 아니라 의료진, 가족, 사회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